내 일기장 속에는 작은 보물 상자가 들었다
작은 상자 속에는 늘상 푸른 이끼가 끼어 있고 노란 하늘이 날아온다
참새들이 제집처럼 드나들지만 일기는 그 속에 있는 보물을 알지 못한다.
보물 상자를 열어 보고 싶어 하는 이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리운 이가 오면 들여다보고 싶어 할 것이고,
그 때는 잘 정돈 된 제본이 되어 책갈피 속에 서장 되어 살게 될 것이다.
그 속에 살아가던 식구들은 그들 나름대로 세월을 잘 엮어 놓고
구름도 불러 오고 바람도 불러 와서 놀다 가게 만들고 있기도 할 것이고
한창 성수기 때는 발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아무도 따가지 않은
잣나무 열매도 향내를 피고 있을 것이다. 쑥부쟁이 꽃이 피어 날 때도 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배시시 열릴 것이고, 아마도 묻혀 버릴 것도 더러 있을 것이다
이웃의 이야기나 개인의 삶이나 그런 것이 중요 하지만 책갈 피 속에 소설이 되어
서가에 꼽혀 질 때는 창가의 석양에 앉아 마주보고 갈피를 넘길지도 모른다.
내 일기 속에는 아직도 열지 못하고 닫아둔 보물이 상자 하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