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수즙은 도랑 이 들려 주는 말

사빈 코스모스 2007. 6. 22. 04:23

바위틈에 끼인 고무신 한 짝
잡으려고 몸을 굽히다
물살에 떼밀러 가던 유년,
그 도랑가로

가장 자리에 질곡에 오면
머루와 다래가 익던 소년,
탱탱한 맨발로

우리는 올챙이 알을 보고 뒷다리 나오길 기다리고
앞산에 지천을 깔린 진달래꽃을 따먹고
문등이가 잡아먹는다는 엄니의 옛이야기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밤이면 수북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헤이고
옥수수가 익어 가든 들녘으로 허수아비 세우던

53년이나 지나 찾아가니
즐비하게 들어 선 여인숙이 반기며
뽀얗게 차려 입은 간판들이 어서 오라 한다.

어디가 유년이 있던 곳인가 그 도랑인가
땡땡한 소년의 맨발이 있던 곳인가
콘크리트에 덮여진 고향이 졸졸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