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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의 두번째 노래 ( 1월 8일 4294년)

사빈 코스모스 2009. 6. 25. 02:25

어제는 무딘 글씨에 실례가 많았어요. 별로 찬 일기는 아니었는데 널따란 대합실에서 혼자 있으니까 추었을 같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새벽 어섯시반에 용산역에 도착 하였지요.

군복 쟁이들 틈에 나도 한몫 거들어 선채로 여섯 시간을 졸았군요. 그래도 아스팔트를 걷는 발길은 한결 경쾌한걸요. 부대에 식사를 마친 후 행당동으로 갔었죠, 선인 하나님이 같이 안 오느냐, 묻기는 하면서도 별로 기다린 눈길은 아니더군요.

淑 !

형부님께 1피트는 얼마나 되느냐고 물 어셨다면서요.30센티 조금 됩니다. 그래 계산을 해보니까 1미터 7몇이 된다고요 ? 글쎄 숙이 피트를 모른 듯이 나도 센티론 확실한 것을 모르겠군요. 그리고 편이 이름자가 점이 빠졌다고요, 이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군요 미안 합니다.

처음에 혜자를 잘못 쓴 것은 얼마 후에 생각이 나서 양해를 얻는다는 것이 늦어서요. 과히 유쾌한 일은 못됩니다만 지나간 일이니 “괜찮아요.” 하고 말 좀 시원히 하셨더라면 마음이 지금같이 괴롭진 않을 것을 …….미안.

내 생각에는 내가 공연히 가서 실망을 드린 것만 같군요. 서로 제 마음대로상상하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안했을까, 여겨집니다.

 

그러나 한편 장시일이 가고 글을 왕래 하고 한 뒤에 느끼게 될 숙의 실망을 좀 가볍게 하자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이고, 실은 내가 가고 싶었을 것이 첫째 조건이 되겠지요.

참 떡국 잘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던 차에 정말 맛있게 먹었지요. 이해 들어서 두 번째 잡수신 떡국이라나요. 양이 좀 더 컸으면 염치 불구하고 좀 더 달라고 할 걸....(계속 )

淑 ,

참 재연이가 참 잘 놀더군요. 재롱을 부리기는 하지만 처음엔 낯을 가리는 것 같더니 쉽게 사귈 수 있더군요. 다음날 아침에는 꽁무니를 쳐들고 절을 굽실굽실 잘 하고요, 그러나 조그만 장난감 하나도 준비를 못해 가서 서운 했습니다.

김 군도 빨리 제대를 해야 갰는데, 또한 국군으로 편입되어야 하니 고생일 것이고, 나는 친구를 또 가차이서 만나지 못하게 되고, 만사가 여의치 못하군요. 이달 15일만 되면 무슨 말을 하려고 종이라는 벽을 두어야 하네요.

숙은 졸업을 앞두고 생각이 많으시겠는데. 특별한 풀 렌이라도 무엇이고 될 수만 있는 일이라면 그리고 노력해서 될 만한 일이라면 때로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겠지요. 그럴 땐 환경이고 미련이고 그보다도 더한 것이라도 뿌리칠 땐 뿌리쳐야 합니다.

그것은 과히 수월한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학업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 교실만이 배우는 장소는 아니겠죠.

숙은 이지적이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라니까 틀림이야 없으시리라 믿습니다.

숙은 무슨 꽃을 좋아 하시나요 빛깔은 아마 질 푸른 녹색 일 것 같고 , 모르지만, 나는 검정을 좋아 합니다.

그리고 백색, 전에는 하늘색이 좋았는데, 성격도 바뀌나 보죠.

                                                                   숙 4293년 1월 8일